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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쓴 웹소설

(웹소설) 김대리 이야기 4화

by dave_lim 2022.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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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소개팅남의 이름은 이시윤이다.

대학교 친구가 소개해줘서 만난 시윤오빠는

하는 행동이 꼭 강아지 같다.

그래서 친구들에게는 댕댕남이라 칭하고 있다.

 

소개팅을 한날 시윤오빠의 첫인상은 밝고, 선했다.

특히 눈빛이 초롱초롱해서 내가 관심을 듬뿍 받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점이 좋았다.

나와 MBTI가 똑같은 것도 신기했다.

 

그런데, 남자로서의 매력이 확 느껴지진 않았던 기억이다.

첫날부터 나를 너무 편하게 대해줘서 그런가?

처음 본날부터 우리는 서로 말을 놓았다.

 

이성적인 끌림보단 친구 같은 느낌의 시윤오빠.

소개팅이 끝나갈 무렵,

이남자가 혹시 에프터를 신청한다면?

또 만날까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우리 다음주 토요일에 또 볼까?”

오빠가 말했다.

 

완전 무방비 상태에서 당해버렸다.

소개팅 에프터를 이렇게 바로 한다고?

내 상식에서의 소개팅 에프터는

소개팅이 끝나고 집에가는 길에,

또는 다음날 하는 것이 국룰이었다.

 

, 그날 일정이 없긴 한데.. 좋아 보자.!”

얼떨결에 대답해버렸다.

 

눈앞에서 단칼에 거절하기 힘들어서,

아니 고민할 시간조차 없어서 그렇게 대답해버린 것 같다.

 

그런 시윤오빠, 아니 댕댕남의 카톡이 11개나 쌓여있다.

나는 무슨 큰일이라도 난줄 알고 급하게 카톡을 열어봤다.

 

민영아 퇴근 했어?” “나는 이제 퇴근 중!” (오후 6:32)

바로 헬스장 왔어, 운동하고 올게!” (오후 7:00)

나는 헬스 끝나고 닭가슴살로 저녁 먹는중이야” (오후 09:22)

.

.

우리 내일 뭐할까? 혹시 하고싶은거나 가고싶은 곳 있어?” (오후 10:19)

 

메시지 내용은 대충 이렇다. 정말 댕댕이같다.

내가 다른 남자랑 쭈꾸미에 소주를 마시고 있는지 상상도 못할거다.

 

우와 ~! 퇴근 후 헬스 대단해! 토요일에 뭐할지는 생각해볼게 ! 고마워

형식적인 답장을 보내고 다시 수광오빠한테 집중한다.

 

수광오빠는 내가 핸드폰을 하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노래를 열창하고 있다.

댕댕남의 카톡을 읽고나니 술이 좀 깨는 기분이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됐네

오빠가 말한다. 11시다.

 

나는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꺼내 지하철 막차 시간을 확인한다.

다행히 천호에서 하남까지 가는 지하철은 늦게까지 있다.

조금 더 놀아도 상관 없다.

 

오빠가 휴대폰을 만지며 이야기한다.

더 마실꺼 아니면 그만 들어갈까?

왜 벌써 집에가고 싶어하지? 여자친구에게 연락이 왔나?’

별 생각이 다든다.

오빠는 대체 여자친구에게 뭐라고 말하고 나와 술먹고 놀고 있는걸까.

그냥 나를 아는 동생으로만 생각하는걸까?

그런데 하는 행동은 썸남이다.

그냥 나 혼자 착각하는건가? 원래 모든 아는 여자들과 이런 관계로 지내는건가?

술이 깨서 그런지, 갑자기 심각하고 진지한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민영아!?”

!? 응 오빠, 아 미안 잠깐 멍때렸네 ㅎㅎ

너 아직 취했나봐, 집에 들어가자 이제

응 집에가자

 

오빠는 왕십리에서 자취를 하기 때문에 나랑 집이 완전히 반대다.

우리는 천호역에서 서로 반대방향으로 지하철을 탔다.

노래방에서 천호역까지 걸어오는 길은

조금 어색한 느낌이였다. 이유는 모르겠다.

 

집에 도착했다.

오늘도 옷에서 술냄새가 나는 나를 보고

엄마는 또 한숨을 쉰다.

나는 또 헤헤웃으며 방으로 들어간다.

 

물어볼 사람이 없다.

내가 처한 이 상황에 대해 마땅히 조언을 구할 사람이 없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나를, 수광오빠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여자친구 있는 오빠랑 단둘이 술을 마셨다고? 그 오빠 쓰레기 아니야? 야 너도 그만해~”

라고 말할게 뻔하다.

 

내가 하면 로멘스, 남이 하면 불륜

이게 내얘긴가..?

오만가지 생각이 다든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다가도,

내가 뭐, 오빠랑 뭘 한것도 아니고.. 사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두 번 만나서 술마신 것 뿐인데

라며 팩트기반 합리화를 해본다.

 

그런데 사실이 그렇다.

수광오빠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오빠를 좋아하고 있지는 않다.. 그냥 조금 설렐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에 든다.

 

 

아침이다.

어젯밤 엄마가 탁자에 놓고간 꿀물이 그대로 있다.

생각이 너무 많아 꿀물 마시는 것도 깜빡하고 잠들었나보다.

 

행여나 엄마가 보고 속상해 하실까봐

꿀물을 원샷한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소개팅남인 시윤오빠와 두번째로 만나는 날이다.

카톡을 확인해보니,

링크가 3개정도 와있다.

댕댕남이 맛집을 검색해서 공유한 것이다.

 

나는 그 중에서 성수동에 있는 소바식당에 가자고 했다.

맛집으로 유명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가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약속시간은 오후 1.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얼굴이 띵띵 부어있다.

일어나자마자 냉동실에 넣어놨던 쇠숟가락 두개를 꺼내 양쪽 눈에 갖다댄다.

눈 붇기를 빼는데는 이만한게 없다.

 

눈이 너무 차갑다.

대었다 뗏다를 반복하며 거울을 보며 눈 상태를 확인한다.

숟가락이 너무 금방 식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두개 더 얼려 놓을걸,

 

약속시간 10분전에 성수역에 도착했다.

시윤오빠에게 도착했다는 카톡을 보낸다.

 

일찍왔네!? 소바식당으로 바로 와! 여기 웨이팅 길다길래 나는 먼저와서 줄서있었어~!”

 

이런 댕댕남 같으니라구..

하는 행동이 정말 댕댕이스럽다.

 

식당 앞에 도착하니, 해맑은 얼굴로 나를 기다렸다는 표정을 짓는다.

어쩐지, 시윤오빠에게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든다.

아니 죄책감? 같은게 든다.

식당 웨이팅을 하면서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시윤오빠는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주고, 정성을 담아 리액션한다.

 

시윤오빠 대학교 친구가 이번에 공기업에 합격했다고 한다.

얼굴도 잘생기고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은데, 직장까지 좋은 곳에 갔다고 친구 자랑을 한다.

 

우와~! 오빠 친구분 대단하시다! 나도 아는사람 최근에 공기업 합격했는데! 어디 입사하셨는데?”

나는 열심히 리액션을 한다.

“000공사 들어갔어, 3개월 됐을걸 벌써?”

순간 나는 멈칫 한다.

수광오빠랑 같은회사다..!

 

뭐지..? 잠깐.. 나랑 시윤오빠, 수광오빠 다 같은 학굔데..?

설마..

 

(5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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