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직접 쓴 웹소설

(웹소설) 김대리 이야기 5화

by dave_lim 2022. 7. 31.
반응형

(5화)

 

시윤오빠와의 데이트가 끝나자 마자 인스타그램을 켰다.

수광오빠와 시윤오빠가 아는 사이일수도 있다는 생각에..확인이 필요했다.

나는 두 오빠들과 아직 인스타그램 맞팔이 아니여서 아이디도 모른다.

이름, 이니셜, 영어이름 등등 검색을 해본다.

찾았다..! 둘이.. 맞팔이네..?

수광, 시윤오빠의 팔로잉, 팔로워를 다 뒤져서 알아냈다.

둘은 아는사이였던거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순간 두 오빠들에게 했던 말과 행동들을 다시한번 곱씹는다.

오빠 둘이 날 만나는 건 아직 모르고 있는거겠지..? 알고 그러는건 아닐까..?’

별 생각이 다든다. 머리가 복잡하다.

 

이런 관계를 지속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광오빠든, 시윤오빠든 한명을 선택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내가 이상하게 소문이 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수광오빠는 아직도 매일 나에게 일상을 공유한다.

아침, 점심, 저녁에 뭘 먹는지

어디서 뭘 하는지 다 공유한다.

여자친구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일부러 언급 안하는 것 같다.

 

주말에 대학로로 연극보러 갈래?”

수광오빠가 또 데이트신청을 한다.

술은 먹지 말자

나는 술 없는 데이트를 제안했다.

 

수광오빠와의 지난 두번의 만남은 다 만취로 끝났다.

그래서 여자친구가 있는 수광오빠에게,

내가 이성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다.

 

이번엔 꼭 우리 관계를 정립하고 싶다.

시윤오빠랑 일요일에 삼프터가 있기 때문에,

수광오빠랑은 토요일에 만나기로 했다.

 

평일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심난함의 연속이었다.

친구에게 상담을 하기도 애매해서,

혼자 고민하며 한주를 보내고 드디어 토요일이 왔다.

 

혜화역 2번출구에 도착했다.

출구를 나오자마자 각종 연극을 홍보하는 전단지들이 쏟아진다.

오빠랑 나는 그 중에 재밌어보이는 연극을 골라서 보기로 했다.

 

연애빠진 로맨스

우리가 보기로 한 연극이다.

로맨틱 코메디 느낌의 연극 같았다.

 

연극은 오후 3시 시작이였고,

시간이 조금 남아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기로 했다.

 

수광오빠는 오늘따라 휴대폰을 많이 만지작 거린다.

여자친구한테 연락이 계속 오는건가?

.. 아니면, 나말고 다른 여자가 또있나?

별 이상한 생각이 다든다.

카톡 답장하느라 바쁘면서도,

내 말에는 잘 대답해준다.

도통 속을 모르겠다.

연극은 꽤나 재미있었다.

그런데 찝찝하기도 했다.

 

사회초년생 여자가 남자친구를 사귀기까지 겪는 시행착오를 주제로한 연극이었다.

마치 내 얘기 같았다.

연극 주인공 여자는 결국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똥차 가고 벤츠 온다는 말이 있다.

지금 나에게 온 두 남자는

누가 똥차이고, 누가 벤츠일까

 

대학생 시절 내 과거 연애는 대부분 아름답지 않았다.

21살에 첫 남자친구를 사귀었고,

보통 연애를 하면서 하게 되는 모든 첫경험을 그 남자와 해봤다.

 

아빠 다음으로 처음 손을 잡아본 남자도 그였고,

첫 뽀뽀, 첫 키스, 그리고 .. 첫 여행.

첫 커플링, 첫 커플티, 같이 교복입고 롯데월드가기 ..

그 남자와 많은 처음을 했다.

 

어떤 일을 할 때, 어떤 관계를 가질 때,

시작과 끝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나는 항상 끝이 좋지 않았다.

첫 남자친구는 군대를 전역하면서 다른 여자가 생겼고, 그걸 나에게 들켰다.

 

그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내 남자친구였던, 내 옆에서 항상 밝게 웃던 그가

다른 여자 옆에서 그러고 있었다.

그때 이후로 남자는 믿지 못하게 됐던 것 같다.

 

첫 이별이 무뎌질때쯤 두번째 연애를 했지만,

또 환승이별을 당했고, 그 남자는 2년전 결혼해서 딸까지 있다.

 

이번생에 제대로된 연애는 틀린걸까,

그냥 막 살까,

고민하던 중에 수광오빠와 시윤오빠가 내 삶에 들어왔다.

 

과거 나의 망해버렸던 연애들을 생각하면서

잠에 들었다.

일요일 아침이다.

오늘은 시윤오빠와 삼프터가 있는 날이다.

 

처음으로 시윤오빠와 술을 마시기로 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오뎅바인 서래오뎅에 간다.

서래마을에 있는 오뎅바인데.. 분위기가 정말 좋다.

 

이른 봄 3,

추위가 가시지 않은 이 시기에 가면 딱이다.

오뎅국물에서 피어나는 김 사이사이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곳.

 

고속터미널역 5번출구 6.

! 민영아~! 잘 지냈지?”

시윤오빠가 손을 흔든다.

첫 인사부터 댕댕이같다.

 

응 오빠! 일찍 도착했네

하남에서 고속터미널은 정말 멀다.

지하철 환승하는 길이 너무 길고.. 지하철 타는 시간만 무려 50분이다.

 

겨울에는 지하철을 타면 덥고, 밖은 춥다.

밖에서 입은 외투를 지하철에서 벗자니 들고있기 귀찮고,

그냥 입고있자니 너무 덥다.

 

응 민영아, 멀리오느라 힘들었겠다.”

 

내가 힘들어 보였는지, 시윤오빠가 위로의(?) 말을 건넨다.

아니면 혹시.. 내 얼굴이 지금 찌들어있나?

마스크 안에 습기가 차서 죽겠다.

약속시간에 맞춰서 오느라 화장실에서 거울을 못 본게 조금 불안하다.

 

시윤오빠는 서래오뎅의 위치와 데이트코스를 다 준비해왔다.

우리는 오뎅바에 가기 전에 몽마르뜨 공원에서 산책을 했다.

몽마르뜨 공원에는 야생토끼가 산다. 신기했다.

 

공원까지 걸어가는 길에

2층짜리 통유리로 된 외제차 매장을 지나갔는데,

시윤오빠 말로는 페라리맥라렌이라고 한다.

오빠는 차에 관심이 많아보인다.

 

7시 반쯤 오뎅바에 도착했다.

역시.. 분위기가 너무 좋다.

이 분위기와 술에 취한다면, 시윤오빠가 어떤 말을 해도 다 좋을 것 같다.

 

어떤말을 해도..?

 

보통 소개팅은 3~4번 만났을 때 결론이 난다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오늘은 삼프터다.

그리고 삼프터 소개팅남, 시윤오빠와 처음 술을 마신다.

장소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오뎅바.

 

게다가 시윤오빠의 코디와 머리스타일은

평소보다 더 신경을 쓴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처음 만났을 땐 눈치채지 못했지만,

손에 쇼핑백을 들고있다..!

 

오늘인가..!’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하다.

시윤오빠가 갑자기 쇼핑백에서 꽃 한송이를 꺼내면서 고백하면 어떻게하지..?

라는 생각이 든다.

망상이 늘었다.

 

닭발볶음이랑 모듬꼬치요

오뎅바의 1 bar 자리에 앉아서 주문을 하고 오뎅을 먹기 시작했다.

시윤오빠는 항상 내꺼 먼저 챙겨준다. 여전히 자상하다.

오뎅국물을 따라주고, 컵에 국물을 먹기좋게 덜어준다.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먹어라는 다정한 말도 잊지 않는다.

간바레오또상 하나 주세요

 

술은 사케를 시켰다. 나는 뒷맛이 깔끔한 사케를 좋아한다.

너무 비싸서 자주 못먹을 뿐.

 

대학생때 사케를 처음 먹어보고 바로 빠져버렸다.

사케의 진가는 도쿠리에 데웠을 때 나온다.

이미 반쯤 취한 상태에서 따뜻한 사케는..

..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게다가 도쿠리에서 사케가 계속 나온다.. 이건 아직도 신기하다.

취해서인듯.

 

시윤오빠의 눈빛이 이상하다.

오늘따라 그윽한 눈빛, 아니 느끼한 눈으로 날 쳐다본다.

바 자리라 옆에 앉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에 앉았으면.. 부담스러워서 고개 숙이고 오뎅만 뜯었을거다.

 

오늘따라 내 칭찬을 많이하고,

본인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대놓고 어필한다.

부담스럽고, 당황스럽다.

 

오늘 나에게 고백하려고 작정하고 나온게 분명하다.

 

정신 똑띠 차리자 김민영..

절대 취하면.. 안돼.. ..정시ㅣㄴ차ㅏ..

 

사케가 너무 맛있었던 탓이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떳는데, 평소에 보던 천장이 아니다..!

뭐지..뭐지..!!!
누워서 눈만 뜬채로, 순간 뇌정지.

 

(6화에서 계속)

 

재밌으셨다면
하단에 광고 클릭 !

반응형